나는 현업팀장이다. 도매유통 사업의 영업을 맡고 있다. 주중의 나의 아침은 전일 배송에 대한 채널 고객(소매상)의 클레임으로 시작한다.
“어제 주문한 거에서 A는 안 왔고, B는 수량이 적어요. 오늘 납품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현장에서 물건 내리고 있는데, 실측해보니 미터 수가 적게 나오고, 인쇄된 잉크가 눌어붙었는데 이거 누가 책임질 겁니까?”
한참을 실랑이 하고 있는데 인사팀장한테 문자 한 통이 띡~ 온다.
‘금일까지 작년 인사평가 자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아… 오늘까지였나보네. 바빠 죽겠는데, 언제 이걸 하고 있나. 이렇게 매일 욕먹으면서 돈 벌고 있는 내 사정을 인사팀은 알까 모르겠다.’
순간, 인사팀장과의 최근 언쟁이 생각났다.
“강 팀장님, 제발 사람 좀 잘 뽑아 주세요. 뽑아 놓으면 나가고, 뽑아 놓으면 나가고, 이게 몇 번째에요?”
“아니, 김 팀장님도 면접에 참여하셨잖아요! 채용 후에 관리는 현업부서에서 잘하셨어야지, 왜 애꿎은 인사팀 갖고 뭐랍니까?”
꾸역꾸역 직원 평가 양식을 채워 넣고 있는 영업팀장의 생각에는 인사팀이란 그저 책상머리에서 자기가 벌어다 준 돈으로 월급만 타가는 인간들 같다. 그런 와중에도 영업팀장의 휴대폰은 고객들의 전화로 쉴 틈이 없다.
나는 현업팀이 싫습니다
나는 인사팀장이다. 지금 방금 다음 주에 있을 월간회의 자료를 CEO에게 보고하러 갔다가 심하게 한 소리 들었다.
“면접 과정을 강화하라고 했는데, 현업팀장들의 면접관 스킬은 하나도 발전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절차에 따라 채용 과정을 진행했을 뿐이고, 팀장들한테 사전에 충분히 공지했는데 왜 인사팀만 갖고 뭐라고 하시는지 이해가 안 된다. 생각해보니 최근 채용 전형 시에 면접관 교육을 여러 번 실시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영업팀에서 일이 터졌다. 새로 온 영업팀장에게 전임 팀장이 관련 인계를 하지 않은 탓이다.
‘맨날 자기들 편한 대로만 빠져나가려고만 하잖아. CEO는 원칙을 고수하라는데 우리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고 난리를 치니, 가운데서 우리가 어쩌란 말이야.’
‘이것 봐봐. 아직 영업팀은 인사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어. 문자로 독촉해야겠네. 시한 좀 맞춰서 협조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부서 갈등의 이유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갈등의 원인을 물어보면 협업팀장, 인사팀장 각자의 입장에서 둘 다 이해된다거나, 협력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정말 그것뿐인가?
현재 대부분의 조직이 차용하고 있는 ‘계선(Line) + 참모(Staff)’ 조직은 상호견제와 균형을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 둘 간의 갈등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권장돼야 할 사항이다.
만약 우리 회사에 갈등이 없다면 어느 일편이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해버린 상황일 수 있다. 회의 때마다 논쟁 없이 무난한 결정이 이뤄지고, 모두 웃으면서 회의실을 나선다면 타성과 안일주의가 만연하진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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