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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팀장의속마음

"상무님, 제가 '철인28호'라도 됩니까?"

by 김진영(에밀) 202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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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오늘도 열불이 납니다. 위에선 임원한테 깨지고, 아래로는 팀원한테 받힙니다. 멍하니 화병 직전 상태로 앉아 있자니 사리가 수십 개는 쏟아져 나올 것 같습니다. 어디 가서 소리라도 크게 지르고 오면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릴 것 같은데…

이런 팀장의 마음을 대변해서 시원하게 말하겠습니다. ‘팀장의 속마음’, 사이다 같은, 당신의 대변자가 되겠습니다. 핵심 내용만 뽑아 1장 PDF 파일로 첨부합니다. 직접 말은 못 하더라도 출력해서 해당者 책상 위에 두면 어떨까요? ^^/


 

“김 팀장, 재택근무 지침 봤어? 그런데 말이야, 나는 매일 출근한다. 업무 보고는 기존대로 해 줘.”

 

코로나 4단계 발령으로 새로운 재택근무 지침이 내려왔으나 본부장인 상무는 계속 출근을 하겠단다. 명시적으로 얘긴 안 했지만, 팀장들은 본인처럼 출근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답답한 마음에 인사팀장에게 문의해봤지만, ‘사업부 상황과 부서장 재량에 따라 시행한다’는 공식 같은 말만 돌아온다. 재량은 우라질…

상무는 애초부터 재택근무에 부정적이었다. “같이 일해야 일하는 것 같지.”, “집에서 일하는지 노는지 어떻게 알아?”, “예전엔 상사 눈에 띄려고 서로 안달이었는데, 요즘 것들은 사무실 안 나오려고 이러는지…” 라떼 & 꼰대 상무의 '주옥같은' 말씀들이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해진 것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올해 초 재택근무 지침이 내려올 때마다 한 주 정도 시행하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렇게 되면 나는 상사와 함께 회사에 있지만, 팀원들 절반은 재택근무를 하는지라 어중간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 형국이다.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화상회의로는 예전 같은 회의 진행이 쉽지 않다. 그래서 팀 회의는 최소화하고, 화상으로 1:1 미팅을 하고 있다. 그래야 서로 간의 집중도를 유지한 채 업무 체크를 할 수 있다. 사무실 회의와 잦은 화상회의 덕분에 나는 야근이 늘었다. 저녁 시간에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기도 겁나는데 말이다.

나는 정말 코로나가 무섭다. 와이프는 집단시설 근무자라 내가 밀접접촉자가 되기만 해도 출근할 수 없다. 딸애는 지금 고2다. 방학이긴 한데, 학원에 못 가게 된다. 얼마 전 어머님 칠순 잔치도 취소한 바 있다. 이렇게 벌벌 떨고 있는데 상무는 무슨 생각인 걸까?

얼마 전 상무의 속사정을 건너 듣긴 했다. 술자리에서 재택을 안 하는 이유에 관해 얘길 했단다. “사실, 집보다 회사가 편해. 집에 있으면 마누라 잔소리에, 집안 일 해야지, TV도 맘대로 못 본다고.” 그래, 화목하지 못한 그 집안 덕을 내가 보고 있구나. 제기랄…

상무 면전에서 하지 못하겠지만, 메모지에라도 써놔야겠다.

‘상무님, 팀장은 뭐 철인28호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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