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팀장의속마음

"사장님, 이럴거면 저한테 왜 물어보셨어요?"

by 김진영(에밀) 2022. 3. 4.
728x90

팀장은 오늘도 열불이 납니다. 위로는 임원한테 깨지고, 아래로는 팀원한테 받힙니다. 옆에선 다른 팀장이 화딱지 나게 하네요. 멍하니 화병 직전 상태로 앉아 있자니 사리가 수십 개는 쏟아져 나올 것 같습니다. 어디 가서 소리라도 크게 지르고 오면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릴 것 같은데…

이런 팀장의 마음을 대변해서 시원하게 말하겠습니다. ‘팀장의 속마음’, 사이다 같은, 당신의 대변자가 되겠습니다. 핵심 내용만 뽑아 1장 PDF 파일로 첨부합니다. 직접 말은 못 하더라도 출력해서 해당者 책상 위에 두면 어떨까요? ^^/

 

“그래? 김 팀장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김 팀장도 박 팀장이랑 같은 생각이야?”

 

 

오늘 회의 때 사장님의 질문이다. 분기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아서 나를 비롯한 영업팀장 전원이 호출당했다. 다음 분기에 대응 방안에 대해 선임인 박 팀장이 설명했지만, 경쟁사로 인해 촉발된 출혈 경쟁이 난무한 상황에서 사실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우리도 결단할 시점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꺼림칙한 얼굴이다.

예전엔 사장님이 질문하면 기꺼이 구구절절 설명해드리곤 했다. ‘사장님도 모르는 게 많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사장님 반응이 미지근했다. 마치 오늘처럼. 최대한 충실히, 있는 그대로 풀어서 설명했는데 왜 그러셨을까 궁금했다. 그런 일이 몇 번 거듭되고 나서야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 ‘사장님은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 사장님은 주관이 뚜렷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전혀 몰라서 물어볼 일은 없을 터, 주로 본인의 의중을 점검하거나 밑에 사람의 생각을 떠보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장님의 질문이 좀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질문하셨다. “김 팀장 생각은 뭐야?” 난 무의식적으로 (어쩌면 대답하기 싫어 의식적으로) “사장님 생각은 어떠신데요?”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30분 넘게 신이 나서 본인 생각을 설명하는 거였다. ‘이거 봐,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니까.’

 

 

그 버릇이 오늘 회의 때도 나온 거다. 사장님께 질문이란 그저 내용 좀 더 확인하거나 자기 뜻을 관철하는 용도였다. 아예 들을 생각이 별로 없었던 거다. 한 편으로 생각하면 아무 주관 없는 사장도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듣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질문 태도는 정말 화를 유발한다. 내가 또 이런 상황을 당하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사장님! 그냥 본인 생각을 말하세요! 어차피 그렇게 하실 거잖아요!

사업자 정보 표시
커넥팅더닷츠 | 김진영 |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 사업자 등록번호 : 884-06-01976 | TEL : 010-2365-6696 | Mail : jykim.2ndlife@gmail.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22-경기김포-2724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댓글